[친절한 쿡기자] 끊이지 않는 열애설·음모론… 김연아의 호된 ‘시민 신고식’

입력 2014-03-11 02:31


[친절한 쿡기자] 김연아(24)에게 평범한 삶은 허락되지 않은 걸까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김연아가 호된 ‘시민 신고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과 연예매체의 사생활 폭로로 주변이 시끄러운데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거진 각종 괴소문과 음모론이 잡음을 더하고 있습니다.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홈페이지에 김연아와 관련된 기사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IOC 미디어국의 시민기자 형태로 활동하는 ‘영 리포터’가 지난 7일 “김연아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며 패배를 인정한 듯한 기사를 게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어떤 매체와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정정을 요구했고, IOC는 9일 해당 기사를 삭제하며 오보를 인정했습니다.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평범한 삶을 찾아가는 김연아에겐 작지 않은 악재였습니다.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이후 공식석상에 들어설 때마다 “할 만큼 했고 미련은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편파 판정이어도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죠. 이제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승부세계의 잔혹함을 잊겠다는 마음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 하나로 김연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김연아를 괴롭히는 건 편파판정 논란만이 아닙니다. 지난 6일에는 한 연예매체가 남자친구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원중(30·대명 상무)의 존재를 폭로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곧바로 김원중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졌습니다. “김원중이 김연아를 만나기 전에 유명 연예인과 교제했다”는 괴소문까지 쏟아졌습니다. 올댓스포츠는 “허위사실 등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지만 유언비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습니다.

심지어 음모론까지 제기됐습니다. “정부가 대중의 시선을 김연아에게 집중시켜 국가적 논쟁거리를 희석하기 위해 열애설을 연예매체로 흘렸다” “IOC가 피겨스케이팅의 판세를 유럽과 북미로 되돌려 놓기 위해 김연아를 장외로 몰아내고 있다”는 주장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에게 도움이 될 리 만무한 주장들입니다.

김연아가 바라는 건 소박합니다. 여행을 다니고, 자전거를 배우고, 좋아하는 빵을 마음껏 먹는 일상의 자유입니다. 우리에겐 평범할지 몰라도 김연아에겐 간절했던 꿈입니다.

김연아가 9일 지인의 SNS 사진첩을 통해 소개한 팬들의 케이크가 주목을 받은 이유도 그래서일 겁니다. 실업자를 상징하는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연아 인형과 ‘백수라도 놀아줄게’라고 적은 팻말로 장식된 이 케이크에는 이제 평범한 삶을 만끽하라는 팬들의 소망이 담긴 게 아닐까 합니다. 김연아가 케이크를 앞에 두고 공개한 파마 머리는 이런 응원에 보낸 화답이었겠죠.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