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망하게 주저앉은 방사청 전술비행선 사업
입력 2014-03-11 01:44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북도서 전력 증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던 전술비행선 사업이 사실상 좌초위기에 빠졌다. 24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비행선 하나 제대로 띄워보지도 못하고 무산된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북의 도발로 유명을 달리한 우리 병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티끌만치라도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사업은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입찰공고 한 달 전에 부랴부랴 사업자등록을 받은 업체를 선정한 데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고장이 나고 한 대는 시험도중 추락사고까지 당했다. 사업을 이어받은 하청업체마저 최근 생산성이 없다며 매우 소극적이라니 이 책임을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8월에 실전 배치됐어야 할 무기가 감감무소식이다.
서해 5도 일대는 남북한이 전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면서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연평도 피격 이후 우리 군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면서 병력을 추가하고 K-9 자주포 등 전력을 새로 배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해안포부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전술비행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야심 차게 추진했던 사업이 허망하게 무산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방사포와 지대함 미사일을 늘리고 헬기, 공기부양정, 잠수정 전력을 대폭 강화한 북한을 어떻게 제압할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적의 도발을 사전에 탐지하는 수단을 갖지 못해 사소한 충돌이 대규모 충돌로 번질 경우 방사청이 전적으로 그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올해에는 전술비행선 관련 예산도 편성되지 않아 기존의 음향탐지장비로 감시 공백을 막는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 같다.
서해 5도는 천안함 용사 46명이 북의 어뢰 습격을 받아 숨진 지역으로 우리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공군력을 시험하며 도발의 빌미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지역을 감시할 첨단장비는 다른 어느 무기보다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무기전문가들의 집단인 방사청 관계자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감사원은 전술비행선 사업자 선정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와 함께 하청업체마저 생산을 포기한 배경을 낱낱이 가려 책임자를 엄벌하기 바란다. 아울러 군의 전력증강사업을 위해 만든 방사청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한번 점검했으면 한다.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방사청이 하는 일마다 차질을 빚는 이유를 속 시원하게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