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이비박스 문제 스웨덴정부에 맡길 참인가

입력 2014-03-11 01:34

스웨덴 정부 인사들이 최근 우리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베이비박스 등 입양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돌아갔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입양국인 스웨덴 대표들은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와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국내 입양기관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스웨덴의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의 베이비박스 논란을 알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스웨덴 대표들이 방한했을까 생각하니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베이비박스는 지난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교회에 설치됐다. 교회 측은 당초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들을 보호하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2년 8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후 아기들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무려 250명의 아기가 이곳에 버려졌다.

입양특례법은 입양신고 시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출생 후 7일이 지나야 입양동의 효력을 인정하는 입양숙려제를 규정하고 있다. 친부모 파악이 쉽도록 하고 무분별한 아기 유기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10대 미혼 부모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데다 입양 절차상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행정 절차도 아예 외면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법 개정으로 아기들이 더 버려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법 재개정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겠는가.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수없이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입법정신을 살리지 못하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괜스레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유기 행위를 조장한다는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교회 지원도 끊겼다. ‘눈에 안 보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복지행정의 전형이다.

복지 담당자들은 스웨덴 대표들에게 친부모 양육과 자국 입양을 우선하는 우리 정부의 방침을 설명했다고 한다. 몇 년째 해결 못하는 베이비박스 등 후속 입양 대책을 스웨덴 정부가 더 관심을 갖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