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0) 기본, 진정한 패션의 토양

입력 2014-03-11 01:36


기본이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이 존재하듯 패션에도 ‘기본’이라는 도리가 엄연히 살아 있다. 군더더기가 없으면 그 속성이 정직하고 깔끔하며 콧대 높은 유행이 잘난 척해도 꿋꿋한 법. 기본이 중요한 이유다.

기본에 충실한 차림이 유행을 잘못 수용한 차림보다 몇 천 배 낫다. 멋을 간파한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기본 품목들을 애지중지한다는 것. 검은색, 흰색, 베이지색, 카키색, 회색, 감색 등의 원만한 색상과 둥근 네크라인과 브이 네크라인 티셔츠, 일자형 바지와 치마, 오글거리는 장식이 없는 단색 원피스, 몸에 붙지 않는 얌전한 셔츠, 면 소재의 평범한 치노 팬츠, 트렌치코트, 보드라운 카디건, 정갈한 투 버튼 재킷 등의 기교와 거리를 둔 의류가 ‘기본’을 이룬다.

수준 높은 멋의 기저에는 기본형 의류가 숨을 쉰다. 기본형 옷은 밥과도 같다. 밥이 반찬을 받쳐주는 것처럼 청순한 기본형 옷은 시류를 타는 화려한 옷을 말없이 보좌한다. 최대한 단순한 옷으로 옷입기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무채색 중심의 자연스러운 색감이 몸에 배면 색을 다루는 일이 수월해진다.

기본 궤도를 벗어난 여타 색상에 다가서는 기량은 안정된 기본 색상을 편히 만나는 과정에서 배양된다. 아울러 기본형 옷의 진가는 여행에서 나타난다. 폼을 내려고 꾸린 특이한 옷은 어쩌다 한 번 입을 뿐이다. 반면 외형이 참한 기본형 옷은 싫증을 유발하지 않는 고귀한 성품 덕에 소품만 잘 활용하면 즐겨 입게 되니 옷도 기본이 돼야 하는 모양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