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화성男 금성女

입력 2014-03-11 01:36

지난해 방영됐던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은 남녀가 똑같은 사안을 놓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를 개그로 풀어내 웃음을 줬다. 예를 들면 남자에게 숙제는 “평생 돈 벌다가 도는 것”이다. 반면 여자에게 숙제는 “평생 다이어트하다가 다이하는 것(죽는 것)”이란다. 화이트데이를 맞은 여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라며 설레지만 남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시시콜콜한 기념일을 챙기는 여자를 버거워한다.

남녀 차이를 가장 공감 있게 풀어낸 책은 존 그레이 박사가 지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일 것이다. 그동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녀 생각이나 언어 구사력, 감정표출, 행동 등이 다른 것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뇌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신경과 의사인 요네야마 기미히로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뇌 탐험지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섬세하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남자보다 좌우 뇌를 이어주는 연결회로인 전교련이 두껍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여자가 남자에 비해 언어능력이나 직관력이 더 발달해 있는 것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12% 정도 더 큰 뇌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8∼22세 남녀 949명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여자의 뇌는 남자 뇌보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에 적합하고, 남자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데 더 적합하도록 설계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여자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의 연결성이 뛰어난 반면 남자의 뇌는 각각의 뇌 내부에서 연결성이 활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과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을 쓴 신경의학자 루안 브리젠딘은 남녀 유전자는 99% 이상이 같지만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등 뇌에 작용하는 호르몬에서 남녀 차이를 찾는다. 바람을 많이 피우는 남자는 영역에 집착하는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며칠 전 영국 애스턴대학의 뇌과학자 지나 리펀 교수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남녀의 뇌 구조 차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이 물방울 떨어지듯 서서히 주입되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여자아이에게는 인형, 남자아이에게는 자동차 장난감을 주면서 뇌 구조 차이가 시작된다고 했다. 요즘 초식남, 육식녀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