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국제미디어콘퍼런스 연설 "언론 자유가 버마 민주주의 주춧돌 될것"
입력 2014-03-10 02:37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69) 여사가 9일(현지시간) “지난해 반세기 만에 허용된 언론 자유로 버마(미얀마 옛 명칭)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언론이 2015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주의 새 국가를 세우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지 여사는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제4회 국제미디어콘퍼런스’에서 연사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군부 독재시절 바꾼 ‘미얀마’라는 국명 대신 ‘버마’라는 말을 썼다. 수지 여사는 지난해 말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뿐 아니라 책임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화 투사’로 언론 자유 쟁취를 역설할 법했지만 “무제한의 자유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은 자유와 책임을 분리해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정부가 특권 아닌 책임감으로 일해야 하는 것처럼 언론도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 영향력에 대한 의무를 명확히 의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버마는 40~50년간 언론 자유가 없었던 만큼 훌륭한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2015년 대선이 버마가 민주주의 국가로 향하는 긴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 언론이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선 미얀마는 테인 세인 대통령이 민주개혁 조치의 하나로 지난해 4월 16개 민영일간지 발간을 허용했다. 1964년 군부 통치로 모든 민영 일간지가 폐간된 이후 반세기 만에 언론 자유가 주어졌다. 이전까진 한 군데 관영 일간지가 유일했다. 미얀마에 표현의 자유가 허용됐지만 여전히 민감한 정치이슈와 관련해선 취재 통제가 이뤄지는 등 언론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상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수지 여사가 언론 자유 쟁취보다 책임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데서 ‘제도권 정치인’의 면모가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2년 뒤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언론 자유만 강조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지 여사는 미얀마 내 이슬람교 등 소수민족 탄압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도 “법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국제미디어콘퍼런스는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을 주제로 미얀마 양곤에서 이날부터 12일까지 열리며 수지 여사를 비롯해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행사를 후원했다.
양곤=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