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거리의 아이들 대부분 행방 묘연…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4-03-10 01:57
국민일보의 ‘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시리즈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학교이탈 청소년 40명의 심층 인터뷰가 토대였다. 가정폭력, 부모 이혼, 교사와의 갈등, 공부 스트레스 등 아픈 상처가 실타래처럼 엉킨 채 방황했던 아이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전국을 떠돌며 길거리 생활을 했던 문재(이하 가명·19)는 현재 소년원에 있다(본보 2014년 1월 6일자 참조). 휴대전화 절도와 금품 갈취로 생계를 해결했던 문재였다. 결국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뷰 당시 문제는 “이제 물건 안 훔쳐요. 정신 차려야죠”라며 스스로 다짐하듯 말했었다. 사회안전망을 벗어난 채 살아가던 문재는 결국 범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길거리 생활을 했던 아이들 대부분은 연락이 두절됐다. 기자들이 인터뷰하면서 아이들을 만났던 서울 신림동 일대는 다른 아이들이 채우고 있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준석(19)은 “예전에 같이 지내던 애들은 다른 구역으로 갔어요. 그 뒤로 연락 안 해봤어요. 지금은 뭐하고 지내는지…, 원래 (멤버가) 자주 바뀌어요”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준석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로 송희(18·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없는 번호입니다’였다. 다른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고객의 사용으로 당분간 착신이 중지됐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준석과 거리에서 어울렸던 아이들 대부분의 행방이 묘연했다.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리의 아이들은 이런 일에 익숙해 보였다.
학교로 복귀한 아이도 있었다. 그나마 가정이 온전한 아이들이었다. ‘가출팸’ 리더로 무리를 이끌었던 제호(18)는 복학생으로 동생들과 수업을 듣고 있다. 형(22)의 끈질긴 설득이 제호를 학교로 이끌었다. 그러나 제호는 여전히 학교 적응을 힘들어하고 있다. ‘심심해’라고 적혀 있던 제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명이 ‘학교’로 바뀌었지만 제호는 “여전히 학교 공부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학한 지 일주일 만에 세 번이나 지각했다.
자퇴를 결심했다 학업중단숙려제를 통해 학교로 복귀한 종영(19)이는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하루 한 갑씩 피우던 담배도 조금씩 줄여나가며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종영이는 “지금도 답답해 뛰쳐나갈 생각을 한다. 그러나 딱 1년만 더 참고 대학에서 하고 싶은 것 다할 것”이라며 웃었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