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아이들 마음에 변화의 씨앗 심었다”
입력 2014-03-10 01:59
청소년 감정코칭 전문가인 이은자(46·사진) 박사는 “사소한 듯 보이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폭력적이었던 다영이가 마음 여린 민영이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 일을 예로 들었다. 이 박사는 “아이들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5일 오후 이 박사에게 캠프를 마무리한 소감을 들어봤다.
-2박3일간 아이들은 얼마나 변했는가.
“아이들은 다시 원래 환경으로 돌아갔다. 힘들고 척박한 곳들이다. 캠프 기간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고 남다른 잠재력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도록 했다. 이제 각자 환경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환경이 거칠어서 당장은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인지하고 실패하는 것과 그냥 실패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시간이 걸려도 싹을 틔울 것이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격려와 지지와 수용 3가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가만히 얘기만 들어주고 등을 토닥여줘도 효과가 있다. 이미 상처받을 대로 받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신의 틀에 가두려고 한다. 뜻대로 안 되면 꾸짖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과의 만남에 굶주려 있다. 캠프에서 응어리진 가슴을 조금 풀어주자 꼭 다시 보자며 선생님들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학교와 정책 당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규석이와 다해, 다영 모두 고1 때 내몰리 듯 학교를 나왔다. 사고뭉치들이 나가는 걸 학교는 만류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자퇴 처리를 했다. 두 번째 기회는 없었고 아이들에게 후회와 (학교·교사에 대한) 원망이 남았다. 우리 학교현장에서는 공부 못하는 대가가 지나치게 혹독하다. 전교 10등 내외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 빼고는 대부분 병들어 간다. 공부는 하나의 재능일 뿐이다. 규석이는 손재주가 뛰어나고 다해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둘 다 소질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들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재능을 찾아내고 적합한 학교를 찾아주고 만약 없다면 만들어주는 것, 이게 교육이고 학교와 당국이 할 일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