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꺼내려 불 난 집에 들어간 할머니 구하려다… 뒤따라간 여고생 손녀 참변
입력 2014-03-10 03:46
불이 난 집에 교복을 찾으러 들어간 할머니를 따라 들어갔던 10대 여고 신입생이 숨졌다.
9일 충남도소방본부와 예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6분쯤 충남 예산군 오가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 박모(17)양이 숨졌다.
주택 내부 85㎡와 가재도구를 태워 26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불은 119 소방대원에 의해 3시간여 만에 꺼졌다.
사고 당시 박양은 불이 나자 할머니(63)를 모시고 피신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 박양의 새 교복을 가지러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양은 할머니를 찾기 위해 불길로 들어갔다가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할머니는 다른 쪽 문으로 무사히 나왔다.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사는 박양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해 새로 교복을 맞춘 상태였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박양의 어머니를 대신해 박양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소작농을 하는 아버지(44)는 사고 당일 일찍 일하러 집을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은 “할머니가 고교에 입학한 손녀의 교복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할머니가 엄마 없이 자란 손녀를 애지중지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교복을 찾으러 다시 들어간 할머니는 무사히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박양은 자신의 눈에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예산=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