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 중환자실 김씨 상태는… 링거·산소마스크 도움 없이 숙면

입력 2014-03-10 02:34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모(61)씨는 상태가 호전돼 10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입원 이후 중환자실 앞에는 경찰, 검찰, 국정원 직원들이 모두 나와 김씨 신변과 출입자들을 살피느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9일 병원 관계자 등의 발언을 종합하면 외과 중환자실의 격리병실을 사용 중인 김씨는 링거, 산소마스크, 생명유지 장치 등의 도움 없이 숙면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추가 자해 시도는 없었으며 식사는 당뇨환자용 저염죽 등으로 하고 있다. 병원 측은 입원 직후 김씨의 손을 결박했지만 자해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최근 이를 풀었다.

중환자실을 둘러본 이들은 비쩍 마른 체격에 가무잡잡한 피부, 반쯤 삭발한 머리를 한 김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에는 7~8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으나 상태가 위중한 다른 환자와 달리 김씨는 별다른 치료 없이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당초 김씨는 수술 다음날인 7일 일반병실로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미뤄진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중환자실 입원 기간을 늘렸다”며 “10일 오전 김씨 보호자와 검찰, 병원 측이 협의해 VIP실이나 1인 병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중국국적인 탓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범죄 피해자 보상도 받을 수 없어 병원비를 어떻게 부담할지는 미지수다. 병원 관계자는 “김씨 보호자가 이날 응급실에 기본 수납은 했지만 중환자실 비용은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가 퇴원하려면 최대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김씨가 있는 중환자실 앞에서는 나흘째 경찰과 검찰, 국정원 관계자 등이 24시간 대기하며 근무 중이다. 8일 오후에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 2명, 검찰 수사관 2명, 국정원 관계자 등이 중환자실 입구를 지키다 오후 늦게 사라졌다.

9일 오전에는 11시 면회시간이 되자 국정원 관계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병원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은 주로 면회시간에 나타나 면회객을 살펴보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경찰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려다 의료진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 8일 오전에는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여성이 나타나 자신을 ‘김씨의 조카’라고 밝히며 면회를 신청했다 거절당하면서 한때 긴장이 감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위중한 만큼 불의의 침입자가 김씨를 해치지 않도록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