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낳아줬는데 실망만…죄송 ”-“엄마가 잘해줬어야…미안”
입력 2014-03-10 02:33
국민일보 ‘학교이탈 청소년 캠프’ 부모와 눈물의 화해
“아버지, 세상에 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꼭 성공하겠습니다.”(규석)
“그래, 어서 집에 들어와라.”(아버지)
전화 통화를 마친 규석(이하 가명·18)이가 온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았다. 차오르는 눈물을 다시 밀어넣으려는 듯 고개를 들어 시선을 천장에 고정하고는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어릴 적 아버지가 팔베개를 자주 해주셨어요. 제가 잘못해서….” 규석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규석이는 고교 진학과 동시에 학교를 그만뒀다. 가출을 밥 먹듯 했고 사고를 쳐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한 살 터울의 형은 편의점 강도로 경찰에 붙잡혔다. 큰아들이 강도로 체포되는 뉴스가 나오던 날 아버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한 집에 살지만 대화는 없었다. 규석이는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목소리로 (아버지 마음이) 풀렸다는 걸 느꼈다. 화해가 이렇게 쉬울 줄 몰랐다”며 웃었다.
국민일보 주최 ‘학교이탈 청소년 캠프’에 참가한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한 미션은 부모님과의 전화 통화였다. 오랫동안 크고 작은 말썽과 사고들로 부모와 나쁜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캠프 초반 부모에 대해 원망과 분노, 그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민영(19)이는 이혼 후 재가(再嫁)한 어머니와 통화했다. 민영의 어눌한 말투와 소극적인 태도를 항상 나무라던 엄격한 어머니였다. 민영은 “제가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더니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고 했다. 잠시 뒤 돌아온 대답은 “내가 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였다. 아버지와 둘이 고시원 쪽방에서 살아온 민영은 외로움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던 아이였다.
여학생인 다해(18)는 “엄마에게 ‘실망만 시켜드려서 미안해요. 사랑해요’라고 했더니 ‘미친 거 아니냐. 너 도대체 어디야’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다해는 부모 허락도 없이 단짝 친구인 규석이를 따라왔다. 다해는 “전화 끊으면서 엄마가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라고 하셔서 기뻤다”고 했다. 17세 소녀 다영은 “엄마에게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경찰서 간 것이 제일 미안하다’고 했더니 ‘(이런 전화를 하는) 우리 딸, 멋있다’라고 하셨다”며 뿌듯해했다.
본보의 ‘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된 캠프는 지난 3일부터 2박3일간 인천시 강화군 그레이스힐 수련원에서 열렸다.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교이탈 청소년 4명이 상담·이야기·미술·심리치료 전문가 4명과 함께 갖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자존감과 꿈을 되찾는 시간을 가졌다.
강화=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