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간첩사건 핵심 참고인 수사절차 위법”… 국정원 조사관행 제동

입력 2014-03-10 03:31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여동생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막은 국가정보원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검찰 측 증거로 법원에 제출된 중국 공문서가 위조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핵심 참고인에 대한 국정원 수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법적 판단까지 나오면서 유씨 항소심 재판의 공소유지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국정원은 증거 위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양석용 판사는 “국정원이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과 서신 전달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같은 법원 형사32단독 송영복 판사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유가려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2월 접견교통권 제한과 관련, 국정원을 상대로 낸 5건의 준항고 신청이 두 재판부에서 1년여 만에 모두 인용됐다. 유가려씨가 국정원에서 한 진술은 오빠 유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국정원은 2012년 10월~2013년 4월 유가려씨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해 조사했으며, 당시 진술을 근거로 오빠 유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유가려씨는 신문센터에서 나온 뒤 “고문·협박을 받아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으며, 유씨는 결국 1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기에 국정원 수사 단계에서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결정까지 나온 것이다. 양 판사는 “유가려씨가 ‘변호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장기간의 수용 및 독방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느낀 심리적 불안과 중압감 속에서 접견을 거절한 채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대공수사팀이 중국 국적의 협조자 김모(61)씨가 구해 온 싼허변방검사참 공문서의 위조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위조를 지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가 배후로 지목한 국정원 직원, 일명 ‘김 사장’ 외에 대공수사팀이 이 과정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미 김 사장 등을 조사했으며, 다른 대공수사팀 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이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정원은 이날 밤늦게 성명을 내고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반드시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