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사외이사 37% 청와대 등 권력기관 출신
입력 2014-03-10 01:56
대주주와 관련 없는 사람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독단 경영이나 전횡을 차단하는 것이 사외이사 제도다. 하지만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외풍을 막아줄 권력기관 출신 등이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재벌그룹이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전직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 그리고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의 93개 상장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125명(중복 사례 포함)이다. 직업별 출신을 보면 교수가 전체의 38.4%인 48명으로 가장 많다. 기업인 21명, 공무원 11명, 장차관 6명, 판검사 11명, 변호사 5명, 국세청 9명, 금융감독원 3명, 공정위 3명 등이었다.
125명 가운데 청와대·정부 고위 관료와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 당국 등 권력기관 출신은 46명으로 36.8%를 차지했다. 재선임을 제외한 신규 선임 사외이사만 따지면 전체(68명)의 41.2%인 28명이 권력기관 출신으로 분류됐다.
삼성생명과 SK가스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LG상사는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롯데케미칼은 정동기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내정했고, SK가스는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재선임할 방침이다.
‘모피아’(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를 지칭)인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한화손해보험), 신동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GS리테일), 권태균 전 조달청장(삼성전기) 등도 신규 선임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선임 사외이사 중 권력기관 출신이나 그룹 관계자 출신이 가장 많은 곳은 롯데그룹(13명)이었다. 이어 SK(12명) 현대차(10명) 삼성(5명) 한화(5명) LG(4명) 두산(3명) 등이었다.
한편 올해 재선임 및 신규 선임하는 감사·감사위원(21명) 가운데 권력기관 및 그룹 관계자 출신 인사도 42.9%(9명)나 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