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협회, 강 對 강으로 파국 맞을 셈인가
의과대학생들은 전문교육을 마친 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그중의 가장 핵심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러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오늘 집단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파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의사협회는 지난해 말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겉으로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이지만 의사들의 속내는 낮은 의료수가를 올리자는 의도도 있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1월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한 달 가까이 논의한 결과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의료법인 자본유출 등 의사협회가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은 공식적으로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정부와의 합의를 뒤집고 집단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대화로 풀지 않고 ‘떼법’을 동원해 어느 한쪽을 굴복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돼선 안 될 일이다.
의사들의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의사들의 파업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은 게 생생하다. 행여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 의사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생활고로 자녀들까지 동반해 세상을 등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파업은 ‘배부른 상위 1%의 밥투정’으로 비칠 뿐이다. 대한병원협회와 간호사협회도 파업에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반대하는 파업을 굳이 강행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동네 병의원들이 존립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대학병원에 환자들을 모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작 환자들에게 편리한 원격진료를 언제까지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의사들은 병원 문을 닫을 게 아니라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산업 발전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한다.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의사들을 형사처벌하고, 의사면허정지까지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은 우려스럽다. 의사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협박하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강경하게 나올수록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조직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뭉치게 된다. 정부의 진료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 공문을 보고 오히려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동네병원 의사들이나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다지 않은가. 마주 달리는 기관차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경험해 왔다. 정부는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 환자 불편이나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하면서 한편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사들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사설] 환자 생명 볼모로 한 파업은 공감 얻기 힘들다
입력 2014-03-10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