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되는 문·이과 통합형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한 교육부의 본격작업이 시작됐다. 과목별로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개발을 전담할 인원을 확보하고 부서 개편도 마쳤다. 실무를 담당할 공무원 총수가 6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이다.
광복 이후 고교에서부터 문·이과로 나누는 교육이 지속돼 오다 최근 들어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은 우리 교육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개인의 희망과 특성이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들에게 한 방향으로의 교육만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글로벌 지식인이 갖춰야 할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외면한 채 철저한 문·이과 구분의식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서울대 의대를 문과생도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가 취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정 고교 출신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취소되긴 했지만 이면에는 뿌리 깊은 특권 의식이나 엘리트주의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과형 수학과 물리 화학 등 과학과목을 고교시절에 이수하지 않은 문과 출신 학생들에게 의사자격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과 출신 기득권자들의 묵계가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과목이란 것이 실습을 제외한다면 모든 교과서가 영어원서로 된 기초과학과목이라 오히려 문과생에게 더 유리한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교육자들도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문과 출신들이 진학하는 고고인류학의 경우 이과 전공자인 천문학자, 암석전문가, 복원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요컨대 자연과학적 지식이 결여된 고고학자들로서는 학문의 진보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어느 학문을 막론하고 단독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 갖춰진 교육부의 문·이과 통합교육팀의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우리 학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민감한 만큼 문· 이과 구분을 없앤 이후의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대학관계자의 견해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의 교육과정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외국어고는 기초 교과목의 수업시간이 일반고보다 적은 대신 전문교과목이 많은 점을 감안해 특목고 설립 취지를 살리면서도 통합형 교육과정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도로명 주소체계가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사례를 거울삼았으면 한다.
[사설] 문·이과 통합교육 준비 철저히 하라
입력 2014-03-10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