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1952년 개교 이래 줄곧 유지해 오던 생도들의 금주·금연·금혼 등 이른바 ‘삼금제도’를 대폭 완화할 모양이다. 육사가 일반 대학과 달리 군 장교를 양성하는 특수학교라고 하더라도 사적 영역에 속하는 생도들의 이성교제나 음주, 흡연을 교칙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인권 침해적 요소가 다분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사의 삼금제도 위반자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판단해 국방부 장관에게 개선을 권고했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삼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효성이 있다면 삼금제도를 실시하지 않을 리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개선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교내 성폭행 및 성매매 사건 등 생도들이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 당국은 삼금제도 강화만이 능사라는 시대역행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렇게 해도 사고는 되풀이 일어났고 강화된 군기에 적응하지 못해 생도들이 자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개방화, 다양화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생도는 입학과 동시에 군적에 편입돼 준사관(準士官) 대우를 받는다. 학생이면서 군인인 이중신분이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규율을 적용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생도들의 음주와 흡연에 관대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아예 삼금제도 규정이 없고, 미국은 결혼은 금하되 음주, 흡연은 허용하고 있다.
육군은 오는 12일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삼금제도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세계적·시대적 흐름에 맞게 음주, 흡연을 생도 판단에 맡기되 시간과 공간을 제한한다면 학습 분위기 저하 등의 부작용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생도로서 지켜야 할 자기절제 능력을 배양하는 한편으로 생도들의 분출구를 마련해주는 제도를 만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사설] 육사의 三禁제도 완화, 방향은 옳다
입력 2014-03-10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