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한국에 진출하는 이케아
입력 2014-03-10 01:56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올해 안에 경기도 광명에 한국 1호점을 오픈한다. 또 경기도 일산과 서울 강동구에도 2호, 3호점을 낼 예정이다.
한국 진출에 대해 찬반 논란이 적지 않지만 삼성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고 어쩌면 현대차나 SK, LG보다도 더 유명한 글로벌 업체인 이케아가 어떤 기업인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케아는 2003년 이후 단 한번도 성장이 꺾인 적이 없다. 지난해에 연매출 285억 유로(42조원)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0억1100만 유로(5조9040억원), 순이익은 33억200만 유로(4조8600억원)다. 매출은 유럽에서 69%, 북미 16%, 아시아와 호주 8%, 러시아에서 7% 정도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303개의 매장이 있고, 13만5000명의 직원이 일하며 9500개의 제품을 팔고 있다. 이케아는 최근 들어선 중국과 인도,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이케아의 핵심 기업철학은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다. 가격이 비싸 제품을 사지 못하는 사람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철학이다. 물론 품질과 디자인은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 지금도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케아는 현재 중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중국의 변두리 도시에서 만족할 만한 가격이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가격 낮추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케아는 최근 들어선 기존의 DIY(Do It Yourself) 형태의 조립식 가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공동창조’(Co-Creation)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추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창조적 역할이 더해져야 제품이 더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가구의 표면 재질이나 색상을 미완성 상태로 남겨 고객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살림살이 들여다보기’ 프로젝트도 눈여겨 볼 만하다. 매년 전 세계 수천 가정을 직접 방문해 달라지고 있는 삶의 모습을 디자인에 바로바로 반영하는 프로젝트다.
사회의 구성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현상도 조직문화에 발 빠르게 담아내고 있다. 가령, 이민자들이 많은 스웨덴 남부의 말뫼 지역은 40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분포해 있는데, 이케아는 종업원들을 인구 구성 비율에 최대한 부합하게끔 고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13만5000명 직원 중 팀장급이 1만7000명인데 이들의 47%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이케아의 친환경 경영도 글로벌 기업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이케아는 올해부터 지게차용 운송용 나무 판자(팔레트)를 100% 종이로 대체했다, 또 매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과 풍력발전기를 세워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소비 에너지의 37%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제품의 90%를 친환경적인 생산과정을 거쳐 내놓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회공헌은 양적·질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매출이 42조원인 이케아는 지난해 1490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매출이 380조원, 230조원으로 추산되는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면 각각 1조3480억원, 8159억원 정도를 기부했다는 의미다. 이케아는 현재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난민용 태양광 발전 조립주택도 개발하고 있다.
아무리 괜찮은 기업이라도, 이케아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선, 딱히 막을 명분도 없다. 이케아의 진출을 계기로 가구업계가 혁신하고, 좋은 기업문화를 본받는 계기로 삼으면 그들의 진출이 한국에 꼭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손병호 산업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