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봉 박사 “당뇨병은 불치병 아니다, 얼마든지 완치 가능하다”
입력 2014-03-10 01:51
지난 2월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는 ‘당뇨병 인슐린펌프 워크숍’이 열렸다. 건국대학교병원 당뇨병센터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인슐린펌프의 유용성을 알리고 그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이날 사례발표자로 현직 의사인 J모(42)씨가 나와 의료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J씨는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당뇨셨는데 2010년에 본인도 체중이 일주일에 3kg이나 줄어 당뇨병임을 알게 됐다”며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돼 치료를 시작했으나 나아지지 않아 인슐린펌프를 소개받고 이를 착용, 사용하게 됐다”고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상시 착용으로 다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적정량 투여로 혈당을 조절하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 32개월 만에 당뇨를 완치할 수 있었다”며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최수봉 박사님과 소개해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내 500만명이 환자라는 당뇨병이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최수봉(62·당뇨병센터 소장) 박사의 지론이다. 최 박사는 경기고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에서 내분비 및 대사학을 전공했다. 의사로서 당뇨분야 치료에 몰입하다 보니 기존 치료법을 넘어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1979년 약관 28세의 나이에 세계최초로 이 인슐린펌프 개발에 성공했다. 어려서부터 기계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어떤 것도 쉽게 조립하는 공학적 자질이 의학에 적용된 결과였다.
인슐린펌프가 처음 선보인지 35년이 지난 현재 12번 모델이 바뀌며 놀라운 기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자동주입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적정 인슐린 계산 기능 등 유비쿼터스 시스템 작동이 가능해졌다.
“이 인슐린펌프(다나)가 이제 세계 66개국 의료진과 학술교류를 하며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 효과에 놀라워 하며 개발자인 저를 초청해 주는데 오히려 일일이 갈 수 없을 만큼 바쁜 상황입니다.”
최 박사는 5000여명이 모인 유럽당뇨학회 강사로 초청된 것은 물론 작년 11월 말 가진 중국당뇨학회에서 초청 강연 등 가는 곳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그의 논문은 세계 3대 의학전문지와 국제학술지에 여러 차례 소개돼 그 효용성이 입증된 상태다. 그동안 생산된 인슐린펌프는 대략 20만개 정도. 상당수가 수출돼 한국 의료기기의 자부심 고취와 함께 외화수익 증대에도 큰 몫을 한 셈이다.
그동안 이 당뇨분야치료에 집중하면서 최 박사는 현재의 당뇨시스템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을 사용해도 결국 췌장기능이 상하고 합병증이 오는 것을 의료계가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최박사가 보는 당뇨병의 관점은 다르다. 한국인은 서양인과 체질이 달라 체지방이 적고 인슐린분비능력이 떨어져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데 서양인의 치료법을 답습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슐린이 덜 분비되는 한국당뇨환자는 흡수된 포도당을 온몸의 세포에서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돼 혈액에 당이 남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합병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적시에 인슐린을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인슐린펌프입니다. 당연히 합병증도 예방되고 펌프를 초기에 사용 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로 나타났습니다.”
인슐린펌프의 장점은 식이요법이 아닌 정상식사를 충분히 먹게 하면서 혈당수치를 정상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합병증 예방 및 치료와 췌장기능 회복(완치)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뇨초기에는 췌장기능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뇨초기에 인슐린펌프 치료 할수록 완치율이 높은 결과를 보인다.
최 박사는 “어느 분야든 개척자는 아주 힘들지만 대신 보람이 있다”며 “누가 들으면 욕심이 지나치다고 하겠지만 이 인슐린펌프의 발명은 전 세계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노벨상감”이라며 웃었다.
2011년에는 괄목할 만한 모임이 창립됐다. 최 박사가 개발한 인슐린 펌프를 환자에 사용해 효과를 본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세계 당뇨병 인슐린 펌프학회’를 창립할 것을 제안, 이 해 5월 13일 불가리아에서 창립총회가 열린 것이다. 유럽과 미주 20여 개국 300여 명의 의료인이 참석한 총회에서 각 국의 다양한 임상연구결과와 인슐린 펌프 치료법이 제시됐다. 금년 5월에 제4차 연차학회가 예정돼 있다.
최 박사는 틈만 나면 직원들과 손잡고 “당뇨병 환자에게 기쁨을 선사하자”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 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24시간을 48시간으로 쪼개 바쁘게 뛰고 있는 최 박사는 현재 목요일과 금요일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화요일과 수요일은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하며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1544-8454).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