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연중기획 착한교회] (4) 서울 송암교회
입력 2014-03-10 01:53
어려운 이웃들 위해 16년째 따뜻한 한끼 제공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삼양로 송암교회(김정곤 목사) 앞마당에 낡은 유모차와 손수레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손수레와 유모차에는 오전 내내 모은 폐지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주차’를 마친 70, 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구부정한 허리에 손을 얹고 삼삼오오 교회 1층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폐지를 줍다 지친 할머니들은 일찌감치 교회 로비를 찾아 아직은 쌀쌀한 초봄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매주 화요일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송암교회를 찾는다. 교회에서 마련한 식탁에는 소고기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간 떡국과 김치전, 나물 등의 반찬이 올라왔다. 성도들은 매년 자원봉사 모임을 구성, 매주 4∼5명의 성도들이 급식 봉사를 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역주민들도 기부 또는 직접 봉사 형태로 참여한다.
송암교회는 1998년 6월 2일 시작한 무료급식을 16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한 번에 150여명이 교회를 찾았고, 2010년까지는 1주일에 2회 급식봉사를 했으므로 지금까지 총 19만끼의 식사를 주민들과 함께 나눈 셈이다.
무료급식은 당시 외환위기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가정 붕괴, 지역사회 내 노숙인과 명예퇴직자 증가 현상에 대한 교회의 ‘조용한 대답’이었다. 당시 담임이었던 고(故) 박승화 목사는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의 아픔을 교회가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암교회는 지역사회 내 종교 간 협력의 좋은 모델도 되고 있다. 2000년 11월부터 수유1동 성당 및 화계사와 힘을 모아 매년 10월 둘째 주 ‘난치병 어린이 돕기 종교연합 사랑의 대바자회’를 열고 있다. 바자회는 2000년 9월 강북구가 난치병 청소년을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어 치료비를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세 종교기관 지도자들이 “우리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면서 시작됐다.
박 목사는 그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종교를 비판하기만 한다면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며 “과거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았듯 이제는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선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4회 바자회에서는 6300만원의 수익을 얻어 난치병 어린이 20명에게 치료비로 전달했다.
교회는 차세대에게도 사회적 섬김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부터 매년 교회학교와 청년부를 중심으로 전북 전주의 장애인 시설을 찾고 있다. 사회선교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신도회가 주관하지만 실제 주요 참가자들은 중·고생, 청년부원이다. 매년 30여명이 시설을 방문해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식사와 목욕을 돕고, 이불과 옷가지들을 세탁하고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교회는 이들이 방문할 때마다 의류 이불 장난감 등과 함께 200만원 이상의 성금을 전달해 왔다.
2001년부터는 매년 4∼5월 ‘결식아동 돕기 평화의 나눔잔치’를 열고 있다. 특별한 점은 교회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요리로 바자회를 한다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당시는 학교급식이 유료여서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이들을 돕고 교회 어린이들에게 섬김의 자세를 키워주기 위해 나눔잔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아부에서 고등부까지 교회학교 학생들은 김밥과 떡볶이, 수제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아 매년 2명의 어린이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왔다.
송암교회는 1962년 6월 한신대 교수 가족이 학교 예배실에서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76년 교회 이름을 수유동교회에서 송암교회로 변경하고 현 예배당을 헌당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