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잠 자느라 응급 출동 5시간 지연...신고자 숨져
입력 2014-03-08 03:31
지난 1월 16일 오전 2시10분쯤 119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여성은 신음 소리만 내다 전화를 끊었다. 신고를 접수한 마포소방서는 긴급 상황이라 판단하고 마포경찰서 112 상황실에 주소 확인을 요청했다.
마포소방서가 주소 확인을 요청했을 때 112 상황실장은 잠을 자고 있었다. 주소 확인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상황실장 혹은 상황부실장의 결재가 필요했다. 부실장이 승인하려 했지만 결재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했다. 당직 경찰과 부실장은 발만 동동 굴렀다. 잠자고 있던 상황실장을 깨워 승인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관인 상황실장을 깨우는 대신 신고가 접수된 기지국 근처에 경찰을 출동시켰다. 반경 500븖에 하나씩 설치된 기지국 하나만을 단서로 신고자를 찾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수색에 실패하자 강력팀까지 동원했으나 신고자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오전 6시가 지나 상황실장이 기상한 뒤에야 주소 확인이 승인됐고 신고자 위치를 확인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오전 7시53분쯤 확인한 것은 사망한 상태의 20대 여성 신고자였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7일 “상황실장의 경우 정해진 휴게시간에 취침했지만 사건이 접수되면 당직자가 실장을 깨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징계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112 상황실장은 경고 조치를 받은 뒤 다른 경찰서로 전보 조치됐다. 상황실장을 깨우지 않은 부실장은 견책 징계 후 다른 경찰서로 전보됐고 야근 경찰관은 견책 징계를 받은 뒤 일선 파출소로 전보됐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