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성 수백명 위안부 강제동원, 일본군 자금으로 은폐시도했다"

입력 2014-03-08 02:46 수정 2014-03-08 17:00
과거 일본군이 동남아 여성 수백명을 강제로 끌고 가 위안부로 삼은 뒤 현지인을 돈으로 입막음했다는 기록이 공개됐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뻔뻔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학 교수는 7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노담화 수정 반대 집회에서 전 일본군 병사의 증언 기록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증언자는 대표적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례인 ‘스마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하야시 교수가 정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때 일본 해군 병조장(상사)을 지낸 한 인사는 태평양전쟁 당시 자신의 부대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네덜란드군 하사관의 부인 5명과 현지 여성 최소 270명을 강제로 발리섬으로 끌고 가 위안부로 삼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종전 후 이에 대한 처벌을 피하려고 군자금으로 피해지역 주민들을 회유했다.

이 사실을 증언한 전직 일본군 병사는 “종전 후 군수부와 시설부에 강경하게 담판해서 약 70만엔(약 722만원)을 공작비로 받아 각 촌장을 통해 주민 회유공작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완벽한 효과를 봤다”며 “가장 걱정했던 위안소 건은 한 건도 제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944년 인도네시아에 주둔하던 일본군은 네덜란드 여성 등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인근에 가두고 군 위안부로 삼았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은 이 사건에 개입한 일본군 병사가 1962년 8월 증언한 것이다. 원본은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돼 있다.

이는 아베 정권이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발뺌하는 군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하야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이 (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군의 돈을 써서 입막음을 시도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시 사건은) 일본군이 관여한 조직적 은폐공작이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