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 경찰, 檢 양도 요구 거부… ‘유서’ 4시간 동안 확보
입력 2014-03-08 01:35
경찰이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모(61)씨의 유서(노트)를 4시간 동안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를 넘겨 달라는 검찰 요구를 경찰이 거부해 한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유서 발견 뒤 형사과와 과학수사대를 동원해 현장감식도 벌였다.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14분쯤 영등포역파출소 경찰관들은 김씨가 자살을 시도한 호텔 방에서 유서로 보이는 노트와 흉기를 수거했다. 경찰은 김씨를 병원에 이송한 뒤 오후 7시20분쯤 파출소로 유서 등을 가져가 상부에 보고했다.
오후 9시쯤 검사와 수사관들이 파출소를 찾아 “수사에 필요하니 유서를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파출소 측은 영등포경찰서에 유서와 소지품을 검찰에 줘도 되는지 물었고 경찰서에선 그러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 왔다. 대신 형사과와 과학수사팀을 사건 현장에 보내 정밀 감식토록 했다.
통상 자살 시도나 주취자 사건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보호 조치만 할 뿐 현장감식은 하지 않는다. 경찰도 당초 “이번 사건은 김씨가 묵었던 호텔 방 변기에 오물이 묻어 있는 점 등에 비춰 정신질환자로 보고 응급구호 조치로 마무리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검찰 관련 사건으로 확인되자 현장감식을 벌인 것이다.
검찰은 오후 10시30분에야 유서를 손에 넣었다. 경찰은 오후 10시10분쯤 파출소에 도착한 김씨의 아들에게 유서를 넘겼다. 자살 시도에 사용된 흉기는 아들이 인수를 거부해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들은 유서 내용을 20여분간 수차례 읽어본 뒤 현장에서 검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넸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아들이 검찰의 강압 수사로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의심하다가 유서 내용을 확인한 뒤 검찰에 유서를 넘겨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