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느긋한 ‘추격자’ 김황식 역전 가능할까
입력 2014-03-08 01:36
너무 느긋한 추격자가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얘기다. 그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달 11일 출국한 김 전 총리는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다. 김 전 총리는 14일 귀국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선거는 초반 기세가 중요한데 김 전 총리가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늦게 출발한다”며 “미국에 한 달 가까이 머물면서 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미 출마선언을 마치고 경선에 대비해 표밭을 분주하게 다지고 있다. 정 의원은 7일 서울 군자차량기지를 방문했고 경쟁자인 이혜훈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와 서울시재향군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정 의원은 지난 2일 출마선언을 한 뒤 선거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의원은 비공개로 새누리당의 서울시 원내외 당협위원장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링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김 전 총리는 여전히 링 밖에 있자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에서 정 의원은 43.0%의 지지를 얻었으나 김 전 총리는 13.7%에 불과했다. 정 의원이 29.3% 포인트 차로 김 전 총리를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6.5%를 얻었다. 이 조사는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범위가 ±3.5% 포인트였다. 앞서 지난달 10∼11일 실시된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는 정 의원이 31.7%를 얻었고 김 전 총리는 28.0%를 기록했다. 격차는 불과 3.7% 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었다. 이 조사는 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3.5% 포인트였다.
서로 다른 여론조사를 단순 비교할 경우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에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의 지지율 차이는 한 달 만에 25.6% 포인트나 더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원이 출마선언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동안 김 전 총리는 국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며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당협위원장 확보에서도 김 전 총리가 밀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당내 경선에선 당협위원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당협위원장을 경쟁자보다 빨리 만나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이 정도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며 “김 전 총리가 귀국하면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늦게 시작한 만큼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뛸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총리 측은 민생을 강조하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방안과 정공법으로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