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상대로 한 검찰의 두 번째 수사가 시작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진행됐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이은 제2 라운드다. 지난달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간첩 혐의 피고인 유우성(34)씨 관련 증거가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22일 만이다. 검찰이 고심 끝에 빼든 본격수사라는 ‘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조작 의혹이 불거진 후 진상조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진상조사팀을 지휘해 온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수사’라는 표현을 꺼렸다. 윤 부장은 수사전환 직전까지도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연관돼 있어 공식적으로 수사라는 표현을 쓰기 조심스럽다”고 말해왔다. 증거조작 의혹 조사가 자칫 국정원 대공수사권에 대한 개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가 문서 위조에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김씨의 자살시도 및 유서까지 공개되면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대로 국정원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한 검찰 간부는 7일 “증거조작에 검찰도 개입됐다는 의혹이 확대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중도 반영됐다. 김 총장은 김씨의 자살 시도가 벌어진 뒤 대검 참모들의 의견을 모아 수사 전환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이 결과적으로 검찰 조직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섰다는 의미다. 검사장인 윤 부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파견해 수사팀장 자리를 맡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부산지검 권정훈 형사1부장을 추가로 수사팀에 투입한 점도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검찰의 이번 수사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검찰 조직이 흔들렸다. 조직의 수장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했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은 ‘항명’ 사태로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좌천됐다.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최근에는 검찰이 공직선거법 개입 혐의로 기소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 檢, ‘국정원 트라우마’ 이번엔 벗을까…현 정부서 두 번째 수사
입력 2014-03-08 02:31 수정 2014-03-08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