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에 대한 수사를 공식화했다. 그간의 진상조사가 ‘문서 위조 여부’에 무게를 뒀다면 향후 수사는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위조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한 검찰 간부는 7일 “수사 경과에 따라 국정원 직원 내지 협조자 몇몇이 형사처벌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연루자 사법처리 불가피할 듯=검찰로서는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가 문서 조작 사실을 시인하고, 자살 기도 파문도 확산되자 더 이상 수사 전환을 미룰 수 없게 됐다. 더군다나 김씨가 남긴 유서에는 국정원으로부터 문서 위조 대가를 받기로 한 정황까지 담겨 있다.
검찰 수사 대상에는 우선 국정원 요원 ‘김 사장’이 올라 있다. 김씨가 중국 싼허변방검사참 공문서 입수를 요청한 것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중순쯤 국내에서 김씨를 접촉해 관련 요청을 한 뒤 김씨를 다시 만나 위조된 문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는 같은 달 13일자로 싼허변방검사참의 관인이 찍혔으며, 나흘 뒤 주중 선양영사관 이모(국정원 파견 직원) 영사의 영사 확인서까지 첨부됐다. 협조자 김씨와 이 영사를 연결하는 고리가 김 사장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사장이 김씨가 중국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국내에 머물다가 위조문서가 만들어진 뒤 중국으로 넘어가 문서를 건네받고 이를 영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만약 김 사장이 김씨와 함께 중국으로 동행했다면 문서 위조를 사주했거나, 위조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더욱 짙어진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도 위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씨가 ‘중국 측으로부터 발급 받았다’며 건네줘 진본이라 믿었다”며 “김씨는 위조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직접 한국에 들어가 위조가 아님을 밝히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또 김씨가 유서에서 언급한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에 대해서는 “김씨가 지난달 말 입국했을 때 제시한 별개의 문건에 대해 진위 판단을 하기 위해 요구금액 지급을 유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국정원이 외부 협조자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주고 정체불명의 문서를 입수해 수사 증거 등으로 활용해 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나머지 공문서 2건도 위조 의심=국정원이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입수했다는 공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굳어지면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다른 증거자료 2건의 신뢰성도 타격을 입게 됐다. 국정원은 여전히 이 문서들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권한 없이 발급이 이뤄진 데 대한 절차적 문제는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공문서 2건의 입수 과정에도 중국 국적의 협조자 B씨가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B씨가 문서 자체를 위조했거나 전달 과정에서 변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협조자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허룽시 문건의 경우 중국 당국이 사법공조 절차에 적극 협력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이 사건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국정원 조직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대공수사팀원들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단독]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위험한 작업’ 핵심, 개입 라인 밝힐 열쇠
입력 2014-03-08 05:01 수정 2014-03-08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