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 조작 파문] 증거 위조 배후 ‘김 사장’ 행적 집중 추적… 檢, 수사 체제로 전환
입력 2014-03-08 01:35
검찰이 국정원 요원 일명 ‘김 사장’을 자살을 기도한 조선족 김모(61)씨의 1차 배후로 지목했다. 검찰은 현재 두 사람 간 통화 내역과 자금거래 여부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김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사장 등 국정원 대공수사팀이 간첩사건 증거 위조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잡고 7일 기존의 진상조사팀을 수사팀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특히 조선족 김씨가 지난 5일 자살을 기도하면서 남긴 유서에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을 받아야 할 게 있다”고 폭로하면서 국정원의 문서 조작 사주 의혹마저 확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3차례 소환 조사를 받으며 자신에게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공문 입수를 지시한 ‘상선’으로 김 사장이란 가명을 쓰는 국정원 김모 요원을 지목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중순쯤 김씨를 인천시외버스터미널로 불러 “변호인이 제출한 서류(싼허변방검사참이 발행한 ‘정황설명서’)를 탄핵할 수 있는 문서를 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씨는 중국 옌지(延吉)시로 건너가 위조문서를 만든 뒤 이를 김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문서는 주중 선양영사관의 영사확인서까지 첨부돼 같은 달 20일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됐다. 김 사장이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문서 생산부터 인계까지 모두 개입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김 사장을 불러 문서 위조를 지시했는지, 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문서 위조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국가보안법(무고·날조)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씨는 특히 A4 4장 분량의 유서 중 아들 앞으로 쓴 부분에서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며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라고 적었다. 김씨 자신이 국정원의 급여를 받아 온 외부 협조자이며, 국정원으로부터 문서 위조 비용과 추가적인 대가를 약속받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가 정보기관이 간첩 혐의 입증을 위해 돈을 주고 위조 증거를 구하려 한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진상조사팀을 지휘해 온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일시 파견해 수사팀장을 맡도록 했다. 또 검사 5명이던 기존 팀에 부산지검 권정훈 형사1부장을 추가로 투입했다. 지난해 4월 구성된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에 이어 국정원을 상대로 한 두 번째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셈이다. 윤 부장은 “지금이 수사로 전환할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위조가 됐다면 가담자가 누구인지, 몇 명이나 관련됐는지 등을 한 덩어리로 합쳐서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