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시위… 국제 외교戰 비화 조짐

입력 2014-03-08 01:34

남미 베네수엘라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베네수엘라와 파나마의 외교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발단은 미주기구(OAS) 회의 소집 문제다. 파나마 정부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초래된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서 OAS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베네수엘라 야권도 OAS의 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는 파나마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전복을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표현하면서 파나마와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주재 파나마 대사와 외교관 3명에 대해 추방령을 내렸다고 BBC가 7일 보도했다. 파나마 정부는 성명을 통해 “파나마와 파나마 대통령에 대한 마두로 대통령의 무례한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OAS가 자국 문제에 개입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신 시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남미국가연합(UNASUR)에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UNASUR에는 베네수엘라의 최고 동맹국인 쿠바와 볼리비아 등이 속해 있다.

이런 가운데 6일 베네수엘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설치한 도로 위 바리케이드를 치우려던 오토바이택시 기사 2명이 지역주민으로부터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한 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후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향해서도 추가 총격이 발생해 경찰 한 명이 숨졌다.

시위대들은 정부가 오토바이를 탄 무장 시민군을 만들어 시위대 해산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한 달 넘게 지속돼 온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는 모두 20명으로 늘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