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쥐를 기소한 재판

입력 2014-03-08 01:34


16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매우 희귀한 재판이 열렸다. 오툉이라는 지역에서 수확철에 보리가 사라지자 농부들이 그 범인을 기소한 것. 하지만 관선 변호인 바르톨로메 샤스네의 재치 있는 변론으로 소송은 기각되고 범인은 무죄가 됐다. 그 범인은 바로 쥐였다.

샤스네는 쥐의 특성을 이용해 재판을 무효로 만들었다. 그는 누가 진범 쥐인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쥐가 법정에 출석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법정은 모든 쥐에게 소환 공고를 냈으나 공판일에 단 한 마리의 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샤스네는 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농부들이 키우는 고양이 때문인데, 재판을 위해 소환되는 피고는 보호받아야 하므로 농부들이 상당한 금액을 공탁금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소송을 기각시켰다. 이후 샤스네는 저명한 법학자가 되었다.

희대의 재판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생존 능력을 지니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은 태평양의 엔게비섬에서 원자폭탄 14발과 수소폭탄 1발을 터트리는 핵실험을 몇 년간 진행했다. 마지막 핵실험이 끝나고 4년이 지난 후 방사선 차단복으로 무장한 미 해군이 섬에 상륙해보니 예상대로 섬은 생명체 하나 살지 않는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섬을 뒤덮었던 무성한 열대식물조차 모두 사라진 곳에서 건강한 상태로 생존해 있는 쥐들이 발견된 것. 핵폭발 시의 고온과 엄청난 방사선 속에서 쥐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그동안 무엇을 먹고 생존했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쥐는 그동안 인간이 개발한 수많은 살서제와 방법들에 뛰어난 적응 능력을 보였다. 때문에 구서 업체들도 쥐를 100% 박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 쥐는 5층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으며, 물독에 가둬 놓아도 사흘 동안은 버텨낼 수 있다. 또 200볼트의 전기 쇼크를 60초 동안 견뎌내기도 하고, 심지어 1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만 더 큰 구멍이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60도까지면 어디서든 생활하고 번식할 수 있는 쥐는 남북극과 사막지대까지 전 지구상에 서식한다.

최근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에 또 다시 대량 멸종사태가 발생할 경우 살아남을 가장 유력한 동물이 쥐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쥐를 지구의 차세대 주인으로 만들 수 없는 대량 멸종 사태의 원인이 눈길을 끈다. 바로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으로부터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