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자동차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시청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요?" "여러 회사 자동차를 한자리에서 시승하면서 가격 비교까지 해볼 수 없을까요?" "국산 차와 외제 차의 장단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없을까요?"….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자동차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국내 처음으로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선다. 'K월드'(가칭)라는 이름을 내걸고 추진되는 '고양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 사업이 올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자유로를 타고 경기도 고양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왼쪽에 행주산성을 끼고 강매동으로 들어가는 작은 진입로를 만난다. 인천공항 분기점과 능곡 분기점 사이에 ‘강매동’이라 쓰인 작은 팻말을 따라 좁은 길로 들어서면 왼쪽 들판에 농업용 비닐하우스가 잔뜩 늘어선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국내 최초의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인 고양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가 들어설 자리다. 이곳 40만㎡(약 12만평) 부지에는 2017년까지 국내외 20여개 브랜드의 자동차를 살펴보고 시승할 수 있는 자동차 전시장을 비롯해 자동차 정비·교육, 연구·개발(R&D)단지,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센터 등 자동차 관련 시설들이 세워진다.
여기에는 중고차와 이륜차 매매단지, 자동차 테마파크, 튜닝 전문화 단지, 자동차박물관 등도 자리잡게 된다. 신한대학교 자동차학과를 비롯해 한국오토모티브칼리지, 신진자동차고등학교 등도 들어오기로 돼 있다. 이쯤 되면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여기에다 다목적 문화체육센터와 쇼핑몰, 영화관에다 호텔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것이 모인다=자동차클러스터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시설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서게 되는 걸까. 여기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고양시, 폐기물 처리 업체인 인선이엔티, 강매동·행신동 주민 등 3자 사이의 2년 이상에 걸친 지루하고도 복잡한 ‘밀당’ 과정에서 우연찮게 탄생하게 됐다. 식사동 소재 인선이엔티의 강매동 이전 추진, 강매동·행신동 주민들의 반발, 그 사이에 끼인 고양시와 고양도시관리공사의 중재가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동차클러스터라는 시책사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요즘 고양시 강매동과 행신동은 물론 행주동까지 거리 곳곳에서 자동차클러스터 조성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볼 수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나부끼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오랫동안 행신2동 부녀회 활동을 해온 정모(54)씨는 “이 지역에 들어설 자동차클러스터는 난산을 통해 태어난 만큼 주민들은 더욱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자동차클러스터 조성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 강국 대한민국, 자동차문화는 낙후성 극복=고양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 조성으로 이른바 ‘K월드’라는 드라마가 완성되면 주인공은 역시 고양도시관리공사와 인선이엔티다. 이 두 기관(회사)은 전형적인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주체를 각각 맡아 고락을 함께해 왔다. 물론 앞으로도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자동차클러스터 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된 인선이엔티는 지난해 9월 한국산업은행, 동부증권 등과 함께 ‘K월드 컨소시엄’(가칭)을 구성,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 들어선 신한대, CJ E&M 등과 잇따라 MOU를 맺었다. 지난 1월 20일에는 인선이엔티 오종택 회장이 김문수 경기지사, 최성 고양시장, 성주현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 등과 손을 맞잡고 사업 협약을 맺은 다음 자동차클러스터의 성공을 다짐했다.
이제 자동차클러스터가 고양시 강매동에 들어서는 건 기정사실화됐다. 내년 공사에 들어가 2017년이면 전국적인 명소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 생산 강국이면서 자동차 관련 문화로 따지자면 낙후성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자동차 문화공간 조성 눈앞에=자동차클러스터 설립을 가장 고대하고 있는 곳은 지역사회다. 고양시는 자동차클러스터가 조성되면 5000여명의 일자리 창출과 1조원 정도의 지역경제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거기다 모터쇼를 개최하는 인근의 킨텍스를 비롯해 현대오토월드, 한류월드, 기타 방송 관련 시설 등과 연계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고양시에는 자연스럽게 ‘자동차 중심도시’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현재 자동차 생산·유통업체에서부터 중고차, 자동차 리사이클링, 자동차 부품, 대학, 심지어 카레이싱까지 자동차와 관계되는 모든 곳이 자동차클러스터의 조성에 촉각을 세워 지켜보고 있다.
신한대학교는 2016년쯤 자동차학과를 확대 개편해 특성화대학과 자동차 R&D센터를 자동차클러스터로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 학교 김병옥 총장은 “자동차클러스터에 캠퍼스를 만들면 자동차 트렌드를 실시간 체험할 수 있고, 자동차 애프터산업에 대한 현장 실무교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국내에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는 등 주변 분위기가 자동차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J E&M에 이어 몇몇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업무협약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래저래 국내 최초의 자동차 문화공간 조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고양 ‘친환경 자동차클러스터’ 급물살] 전시장·테마파크·박물관… 車 월드 생긴다
입력 2014-03-08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