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각축장 동아시아] 왜 동해안으로 몰려드나… 바닷속 계곡·산 많고 수심 깊어 제격

입력 2014-03-08 01:33

동해안은 ‘잠수함의 천국’이다. 평균 수심이 1700m를 넘어 잠수함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또 해안에서부터 급경사를 이루며 해저가 형성돼 있어 잠수함이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이 넓고 바닷속 계곡과 산이 많아 은밀하게 다니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특히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교차면에는 1년 내내 수온전선이 형성돼 음파탐지기(소나)의 음파를 굴절시키기 일쑤다. 이 때문에 소나에 수집된 음파로 잠수함과 다른 물체를 구별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소나를 통해 잠수함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동해에서는 조류 교차로 분명하게 알아채는 게 쉽지 않다. 물덩어리인 수괴(水塊)도 자주 형성돼 이를 잠수함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는 특이한 해류 현상으로 잠수함의 이동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미·일 3국 공동 연구팀은 2001년 울릉분지에서 지름 60m 이상의 소용돌이가 생겨 일본 쓰시마섬 방향으로 나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잠수함이 이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경우 소나에 잡히지 않아 감쪽같이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해안에서는 남북한 잠수함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일본 잠수함들이 소리 없는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오래전부터 상어급 소형 잠수함이나 유고급 잠수정을 수시로 침투시켰다. 1998년 속초 앞바다에서 나포된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에서는 수차례 침투했던 작전일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과 구 소련의 군사동향 파악을 위해 핵잠수함 활동을 해왔는데 최근 중국의 해양전력 구축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동해 잠수함 전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러시아 잠수함도 안마당 드나들 듯 오가고 있고, 일본은 동해에 가까운 히로시마현 구레(吳)시의 제1잠수함대군 소속 잠수함을 수시로 내보내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군사 동향을 추적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