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비서관이 공천개입 구설에 올라서야
입력 2014-03-08 01:51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대통령 주변에서 공명선거를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떠나 야당이 반발하면서 대여 공세를 취할 경우 선거전이 혼탁해지기 때문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공명선거 확립을 위해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그토록 곤욕을 치렀으면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아야 한다.
임종훈 청와대 민원비서관의 경기도 수원 행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난달 22일 경기도의원 및 수원시의원 출마를 희망하는 새누리당 당원 15명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선거 때의 진로를 정리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도의원 출마 포기 지침을 받은 김모씨가 당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임 비서관의 언행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대통령을 모시는 청와대 비서관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특정 정당의 공천 문제를 논의한 것은 누가 봐도 잘못이다. 비록 얼마 전까지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을 지냈다지만 그 직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공천에 개입한 행위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임 비서관이 “결정권이 없는 사람이 사석에서 조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잘 되기 바란다”며 격려발언을 하고, 또 유 전 장관이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도 부적절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 대통령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했지만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유 전 장관의 언행은 대통령 발언을 자기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은 큰 선거 때마다 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행정부 수반이면서 집권당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은 공명선거를 위해 특별히 노력해야 한다. 차제에 박 대통령이 자신과 전체 공무원의 엄정 중립을 다짐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