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정보 유출 배후에 똬리 튼 설마病
입력 2014-03-08 01:34
금융권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거대 정보통신 기업 KT에서 1200만명의 고객정보가 털렸다. 2012년에도 전산망 해킹으로 873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기업이다. 당시 사고 발생 직후 최고 수준의 보안 인프라를 갖추겠다고 다짐했건만 말잔치로 끝난 셈이다.
이 뿐 아니다. 각종 행정조치 등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한 고시나 공고들이 개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차량번호, 납세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개인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나 기업의 정보 유출이 이처럼 잦은 이유는 무감각한 보안의식 때문이다. KT만 하더라도 내부 전산망이 뚫린 피해를 입고도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고 방치해 뒀다. 공개된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기초적인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반복적인 번호 입력으로 정보를 빼내는 초보적인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금융권 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도 나 몰라라 하며 점검 한번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국내 굴지의 IT 기업에서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이다. 전산망 보안과 개인 고객정보 보호의 첨병에 서야 할 기업이 이 정도니 다른 기업의 수준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겁난다. 민영화와 함께 개인과 직장 전화번호를 활용하는 한국전화번호부 사업부문을 출범시킬 정도로 개인고객 정보를 활용한 영업에 앞장서 온 기업의 행색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안 시스템 강화나 정보유출 처벌 가중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다시 증명됐다. 강조하건대 고객이 제공한 소중한 개인정보에 대한 기업의 철저한 보안 의식이 없으면 백방이 무효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염두에 두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