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야곱의 전성시대

입력 2014-03-08 01:33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을 바꾸지 않고 평생을 산다. 조부모나 작명가의 도움을 받은 것을 포함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낳겠다는 일념으로 딸의 이름을 ‘말순’ ‘말숙’ ‘말자’ ‘끝순’이라고 한 부모도 있지만 그들은 촌스러운 이름을 갖고 그냥 살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명한 이들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김구 김대중 안중근도 이름을 바꾼 사례에 속한다. 개명 때문에 후세에 이름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큰 족적을 남긴 점은 일치한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金大中) 15대 대통령은 한자 이름을 대중(大仲)에서 대중(大中)으로 바꿨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범(白凡) 선생은 본명이 김창수(金昌洙)였지만 김구(金九)로 변경했다.

만주 하얼빈역에서 아시아 침략에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安重根) 의사는 아명(兒名)이 안응칠(安應七)이었다. 거사 이후 체포된 안 의사는 뤼순(旅順)감옥에서 거사 이유를 밝히는 ‘동양평화론’과 자서전 ‘안응칠역사’를 집필했다. 책명을 ‘안중근역사’라고 하지 않고 ‘안응칠역사’라고 한 것을 보면 안 의사가 아명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예명을 바꾼 연예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된 여배우 김수현이 예명을 수현으로 바꿨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장 잘나가는 남자배우 김수현과 혼동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인이 애용하는 남자 이름은 제이컵(Jacob)이라고 야후뉴스가 최근 전했다. 한글 성경은 제이컵을 야곱으로 표기한다. 야곱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손자이고, 이삭의 아들이다. 야곱의 열두 아들은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가문의 영광이다.

형제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갔다가 애굽 총리에 오른 요셉도 야곱의 아들이다. 성경에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구절이 나올 만큼 야곱의 비중은 크다. 이 야곱도 나중에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쳤다.

미국 국민의 종교적 분포를 보면 기독교 51.3%, 가톨릭이 23.9%에 달한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행사 때 성경에 손을 올려놓고 선서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남자 이름이 야곱이 아닐까 싶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