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자치공화국 의회, 러시아와 합병 결의… 16일 주민 찬반투표 실시
입력 2014-03-07 04:31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반발하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주민찬반투표는 16일 실시키로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은 예정대로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조치에 돌입했다.
◇크림의회, 러 연방 합병 결의=크림자치공화국 의회 공보실은 이날 의회가 비상총회를 열고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연방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이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결의는 100명 재적 의원 중 78명이 찬성했다. 주민투표에서 합병을 찬성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을 경우 합병이 결정된다.
의회는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의회에 크림자치공화국을 러시아연방으로 편입하는 절차에 착수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결의도 채택했다. 의회 건물 밖에 있던 5000여명의 친러시아 시위대는 환호성을 지르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크림자치공화국은 당초 30일 공화국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의회 결의로 이를 앞당기기로 했다.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의 합병을 결의했다는 보고를 받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논의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가 밝혔다. 이 자리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등 주요 지도자가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크림자치공화국의 합병 요청에 대해 외국 영토 합병 절차 간소화 법안을 서둘러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드미트리 고로프초프 하원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인용해 “영토 합병 절차 간소화 법안이 이미 하원 소관 위원회에 제출돼 있다”며 “위원회는 11일 법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은 외국 영토 일부를 러시아로 받아들일 때 상대국 중앙정부와의 국제 조약 체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대상 지역 의회의 결의에 따른 주민투표로 합병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수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크림자치공화국의 경우 간소화한 합병 절차가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결의에 대해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은 “크림자치공화국의 결의는 무력 위협 탓”이라며 “그들의 모든 결정은 무력 위협 속에서 강요당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 비자발급 중단 제재 돌입=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놓고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진 동안 미국은 독자적인 러시아 제재 조치에 돌입했다. 백악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통합을 위협하는 러시아인과 크림자치공화국인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헌정 질서 파괴에 개입한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미국은 비자발급 외에도 러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교역과 투자를 규제하고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내 용의 패키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CNN에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은 경제와 루블화”라며 국영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와 교역이 많은 EU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긴급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러시아 제재 수위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핵심 측근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만 확정했다. 미국과 달리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있는 EU는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 백민정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