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출마하지도 않으면서 더 조마조마… 이들이 지방선거에 노심초사하는 이유

입력 2014-03-07 01:35


새누리당에서 6·4지방선거에 출마는 하지 않지만 후보들만큼이나 선거 결과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다. 지도부를 구성하는 중진 의원들이다. 이들은 중앙당에서 전국 지방선거 상황을 지휘하거나 자신이 맹주로 있는 각 지역의 선거 책임을 지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6일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향후 이들의 정치적 역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박 주류의 대표선수로 당권에 도전하는 서청원 의원은 지방선거 전체 판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할 경우 서 의원의 주가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 의원은 지난 5일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도 지방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이 패배한다면 김무성 의원과의 당권 맞대결에서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화성으로 지역구를 옮긴 서 의원에게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중진 차출론과 총동원령 등 새누리당의 전략을 수립한 홍문종 사무총장도 지방선거 성패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탄탄대로가 앞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패배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의 맹주들은 자신의 텃밭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 의원은 권역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각 지역의 선거를 책임질 전망이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무성 의원은 부산 수성이 급선무다. 무소속과 통합신당 출마를 저울질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부산은 ‘이겨도 본전’이라는 시선도 부담스럽다. 새누리당의 후보가 부산에서 무너진다면 김 의원의 당 대표 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차기 원내대표가 유력한 이완구 의원과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이인제 의원은 가는 길이 다르지만 충남도지사 선거 승리라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가 됐다.

특히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완구 의원이 오는 5월 원내대표가 될 경우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충남을 비롯한 지방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의 안희정 지사가 강력한 경쟁 상대지만 두 의원은 “밑바닥 정서는 달라 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도지사를 역임한 정우택 최고위원도 충북 탈환에 올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충북은 초박빙 지역으로 꼽힌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기간 내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충북에 상주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5월 4일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황우여 대표도 맘 편히 지방선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앞세우며 경쟁력 있는 의원들의 출마를 독려했지만 정작 본인은 인천시장 출마를 고사했기 때문이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까지 투입한 인천에서 새누리당이 패한다면 황 대표도 정치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의 책임은 있지만 대구·경북(TK)이 정치적 기반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지방선거를 바라볼 수 있어 다른 중진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