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개인정보] 금감원, 국민검사 청구 기각… 개인정보유출 경각심 벌써 느슨~
입력 2014-03-07 02:33
1억건이 넘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들의 경각심이 벌써 느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국민검사 청구를 기각했으며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 법인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국민검사청구심의위원회를 열어 금융사 정보 유출건에 대해 국민검사를 요구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의 최종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친 뒤 이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달 5일 204명의 피해자를 모아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신청인들이 새로운 피해나 문제점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국민검사 청구는 금융사의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로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민 200명 이상이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반면 금감원은 동양 사태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민검사 청구를 수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 사태는 피해자들이 증빙자료까지 첨부해 국민검사를 청구한 데다 건별로 사례가 달라 국민검사가 필요했다”면서 “개인정보 유출건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으니 검사해 달라는 내용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사안의 중요성을 보면 동양 사태보다 심각함에도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을 계기로 금융 당국이 대출모집인 폐지·축소 또는 금융사의 직접 관리를 유도하고 있으나 일부 은행은 오히려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대출모집 법인 2곳과 대출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해 대출모집 법인이 지난해 말 2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 국민은행의 계열사인 국민카드는 이번 카드 사태의 장본인이다. 국민은행은 “법인 2곳을 추가로 확대한 것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대출모집 법인 임원 중 일부는 해당 은행의 퇴직 직원으로, 대출모집 법인이 은행들의 낙하산 자리로 이용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개인정보 불법 취득 가능성을 이유로 대출모집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출모집인을 금융회사가 직접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