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告示·公告… 개인정보 줄줄 샌다

입력 2014-03-07 01:37


각종 행정조치 등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한 관공서의 고시·공고들이 개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차량번호, 납세정보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번호 전체를 그대로 공개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 기관이 앞장서서 개인정보를 흘리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가 6일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자치구들의 고시·공고를 열람·분석한 결과 주차위반 과태료 부과 고지서 송달 내역 등의 고시·공고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송파구청이 지난달 28일 고시한 주정차위반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 반송분 공시송달 공고에서는 949명의 이름과 차량번호, 분 단위의 단속 일시, 단속 장소 등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공개돼 있었다. 이 공고를 보면 특정인이 ‘몇월 며칠 몇시 몇분’에 어디 근처에 있었는지를 낱낱이 알 수 있다. 서울시청이 지난달 26일 고시한 혼잡통행료 과태료 고지서 공시송달 공고에서도 497명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름과 차량번호는 물론 차종,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는 남산터널을 통과한(위반한) 일시가 초 단위까지 표기돼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의 경우 거주불명 등록자의 행정상 관리 주소를 동 주민센터로 이전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대상자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그대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세 곳 외에도 서울시 상당수 구청이 비슷한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울시 외 지방의 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같은 고시·공고는 해당 자치단체 홈페이지 게시판뿐 아니라 구글 등 검색엔진에서 단순한 검색어 등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각 사례에서 공개된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하하는 것은 물론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공서가 앞장서서 개인정보를 흘리고 있는 실태 자체가 전 사회적인 개인정보 보호 의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공공기관에서 손쉽게 개인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핑계가 된다”면서 “작은 정보들이 쌓여 큰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오는 10일 범정부 차원에서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임 원장은 “현재 공무원들이 개인정보 보호, 보안 등에 대한 의식은 물론 관심조차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면서 “범정부 대책이 나올 때 우리 정부 각 기관에 보안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이경원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