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애도 과외받는 청춘들… ‘짝’ 엿보기 통해 성공사례 학습

입력 2014-03-07 05:06


‘연애 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층에서 연애도 맞선처럼 상대방 ‘스펙’을 따지는 경향이 생기면서 효과적으로 이성의 호감을 얻는 ‘기술’에 관심이 높아져서다. 출연자 자살로 논란이 일고 있는 SBS 프로그램 ‘짝’이 타인의 구애, 실연의 모습을 가학적으로 보여준다는 비판에도 인기를 끈 것 역시 젊은층의 이런 ‘연애 관음증’을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짝’에 등장한 자산가, 재미교포, 사법연수원생 등 다양한 이들의 연애 성공·실패 사례가 일종의 ‘학습 자료’였다는 것이다.

서울대생 김모(24·여)씨는 지난달 2년 가까이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연애치유센터’로 알려진 강남의 한 심리상담치료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기본적인 성격 유형 검사와 상담 치료를 2회 받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모멸감과 분노를 상담사에게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고 한다.

김씨는 6일 “연애 실패로 내 인생이 꼬인 느낌”이라며 “나 혼자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서 전문가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 치료센터의 상담 비용은 1회에 6만원 선으로 기본 2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인 상담 외에도 이별 치유와 연애를 위한 상담이 진행된다.

인터넷 연애상담소도 있다. 회원이 연애 고민을 털어 놓으면 ‘연애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댓글을 달아 ‘짝’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데이트에 성공하는 방법부터 이별을 겪은 이들의 상담까지 진행된다. 한 컨설턴트는 “여자는 무조건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고 애교를 부려야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며 “아주 기본적인 연애의 ABC만 공부해도 연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애를 ‘공부’하려는 세대를 공략해 만들어진 직업군이 바로 ‘픽업 아티스트’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알려준다며 한 달에 많게는 30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이들은 짝사랑 강의에서부터 고백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애타는 청춘의 고민 해결을 돕기 위해 대학들도 나서고 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은 지난 1월 한 달간 6회에 걸쳐 ‘연애코칭, 사랑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성균관대는 지난해 ‘연애칼럼니스트’를 초청해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열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입시와 취업에서 상처받고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 젊은이들이 연애마저도 실패할까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