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유출 검사청구 기각한 금감원 이해 안 된다

입력 2014-03-07 01:35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를 기각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국민검사청구제는 금융사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로 피해를 본 국민들이 감독당국에 검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1억4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금융소비자원은 204명의 피해자를 모아 금감원에 국민검사청구를 했지만 금감원은 피해자나 피해규모가 명확하지 않다며 기각했다고 한다.

참으로 안일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카드사 고객들은 최대 50가지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받아야 했다. 검찰은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는 없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갑자기 늘어난 대리운전이나 대부업체 스팸 전화와 스팸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 수십건씩 쏟아지는 스팸 메시지를 차단하고 수시로 지워도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내 정보가 얼마나 많은 곳에 팔려나갔는지, 어떻게 활용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 황당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처음 국민검사청구제도가 도입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동안 조사한 은행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도 피해의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금감원이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한 것은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사건뿐이다.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들의 고통보다 금융사들을 감싸는 듯한 감독당국의 태도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2000만명에 달해 오히려 동양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 감사원이 즉각 감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이렇게 까다롭게 운영된다면 제도가 있으나 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