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수장 朴캠프 출신들로… ‘모피아’ 저무나

입력 2014-03-07 01:33

기획재정부는 제18대 수출입은행장에 이덕훈(65) 전 우리은행장이 임명됐다고 6일 밝혔다.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아닌 인사가 수출입은행장이 된 것은 1993년 이광수(신탁은행장 출신) 행장 퇴임 이후 21년 만이다.

신임 이 행장은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되며 지난 대선 때 박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두 정책금융기관(산은·수은) 수장에 모피아 대신 박근혜캠프 인사가 중용된 셈이다. 캠프 인사 중용은 정부가 모피아들에 신뢰를 잃었다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최근 정책금융공사 사장에 모피아 출신 진웅섭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임명되기는 했지만 정금공은 산은과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내부 승진한 권선주 기업은행장까지 합치면 3대 국책은행장 자리에서 모피아 출신이 배제됐다. 또 최근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연임되지 못함에 따라 17개 시중·지방·특수은행(수협은행 제외) 행장에서 모피아가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모피아 출신이긴 하지만 박근혜캠프 출신인 점이 더 배려됐다는 후문이다.

이덕훈 행장은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삼선고와 서강대 수학과·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투자신탁 사장과 한빛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우리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고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2012년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를 세웠다. 현재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있다.

이 행장 취임에 대해 수은 노동조합은 “박근혜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코드 낙하산’을 내려 보내선 안 된다”며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에는 전문성 있는 내부 출신 행장을 임명하면서 수은엔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