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띄워라” 사모펀드 족쇄 풀고 세제 지원 듬뿍
입력 2014-03-07 01:33
7개 부처 합동 활성화 방안
사모펀드(PEF)와 금융전업(專業)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에 손쉽게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M&A 활성화 방안을 정부가 내놨다. 정부는 M&A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 역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는 규제 완화가 중소·벤처기업의 투자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은 PEF가 기업 사냥꾼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M&A 규제완화=정부는 6일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 합동으로 ‘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0년 이후 극심해진 M&A 시장 침체가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을 제약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고 진단했다. 투자여력이 있는 PEF와 대기업이 자유롭게 M&A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기존에는 기업 지분 인수만 허용됐던 PEF의 M&A를 사업 부문으로 확장했고 금융위원회 사전신고가 면제되는 보험사의 PEF 출자한도를 15%에서 30%로 올린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해 대기업들이 벤처캐피털을 통한 M&A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세제 지원책으로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기업 간 주식 교환 시 주식 처분 때까지 양도차익 과세를 미룬다. 기업재무안정을 위한 PEF에는 2016년까지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이 부여된다.
정부는 M&A 활성화를 통해 민간 차원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계상황에 이른 기업이 넘어지면서 은행권과 주식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전에 M&A를 통한 교통정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STX팬오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온 해운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 중인 해운사를 ‘자기화물운송 30% 제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나서 한계상황에 몰린 해운사를 인수하면 해운업계의 위기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해운사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경영난에 시달리다 연쇄부도 사태를 맞게 되면 수출 물량의 주요 운송라인이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엇갈린 기대와 우려=눈에 띄는 또 다른 내용은 금융전업그룹과 전 업계 PEF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각종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이들 업종은 투자로 인해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계열사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및 자본시장법상 5년 내 계열사 처분의무 등 제약을 받아 외국계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의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길을 튼 것이다.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매수(LBO) 방식도 모범기준을 만들어 활성화를 유도키로 했다. LBO는 인수되는 기업의 자산이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의 하나로 적은 자기자본으로 큰 기업을 사냥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M&A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40조원에서 2017년 7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LBO는 그동안 배임죄 논란에 휩싸였고 건전성 규제가 심해 국내에서 활용이 거의 되지 않았다. 한때 PEF들이 LBO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투기펀드들의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애써 키운 기업을 PEF에 잡아먹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PEF를 활성화해 건전한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PEF가 선량한 투자자로 위장해 경영권을 빼앗는 ‘기업 사냥꾼’이 되는 부작용을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자 출신 경영진이 많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경영권 방어에 대한 개념이 약해 M&A 과정에서 PEF가 대표이사보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M&A 시장 활성화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주식 등 자산매각이 원활히 이뤄지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공기관 지분 매각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