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품위 바닥 추락… 공화당 상임위장, 민주 의원 발언하자 마이크 꺼
입력 2014-03-07 01:36
극단적 당파 간 대립에 대한 미국인들의 염증으로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10% 안팎에 불과한 미 의회가 5일(현지시간) 새로운 ‘바닥’을 보여줬다.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다른 정당 소속 의원의 비판을 막기 위해 청문회장 마이크를 강제로 꺼버리는 일이 벌어진 것.
이날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열린 감시·정부개혁위원회의 ‘미 국세청(IRS)의 보수단체에 대한 차별적 세무조사’ 청문회. 티파티 등 보수단체들에 대한 과잉 세무조사 의혹과 관련, 핵심 증인으로 로이스 러너 IRS 면세국장이 출석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미 수정헌법 5조를 근거로 답변을 거부했다.
러너 국장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소속 데럴 이사(캘리포니아) 위원장은 질문을 계속하며 그를 압박했다. 그러자 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 커밍스(메릴랜드) 의원이 손을 들고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이사 위원장은 커밍스를 봤지만 무시한 채 의사봉을 들어 휴회를 선언했다. 커밍스 의원이 다급하게 “의장, 의장”이라고 부르자 이사 위원장은 “휴회했다”고 쏘아붙였다.
커밍스 의원이 “위원회를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위원장은 부저를 눌러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게 했다. 하지만 부저에서 손을 떼면 커밍스 의원의 질타가 들렸다. 그러자 얼마 뒤 목을 치는 몸짓을 하는 이사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의회 직원들이 마이크를 완전히 꺼버렸다.
커밍스 의원은 “나는 하원의원이다. 이러한 난센스가 지긋지긋하다”고 소리쳤다. 이어 “일방적인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비(非)미국적이다”고 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 의회의 낮아진 ‘예절’을 고려하더라도 회의를 소집해 놓고 소수당 의원이 한마디도 못하게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초당파적인 조사를 해 왔다”는 이사 위원장의 해명을 겨냥, 한 당은 항의하고 다른 당은 마이크를 꺼버리는 게 미 의회의 초당파적 협력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