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비틀대다 다시 각광… 비트코인 앞날은

입력 2014-03-07 02:33


전자화폐 과거와 미래

비트코인(Bitcoin)은 안전 자산인가, 불안전 자산인가. 사토시 나카모토란 필명의 엔지니어가 개발한 전자화폐 비트코인은 최근 세계 최대 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가 해킹을 당한 데 이어 파산 신청을 하면서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된 듯 보였다.

그러나 키프로스 사태 때처럼 우크라이나 사태는 반전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발 악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자 안전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3일 미국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닌 투기적 수단”이라고 평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10년 또는 20년 후에 사라져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버핏의 말은 마운트곡스의 해킹 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성이 위협받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대변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일본 소재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거래가 중단됐다. 이유는 해킹이었다.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인해 이용자가 보유한 75만 비트코인과 회사가 갖고 있던 10만 비트코인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거래 물량의 7%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4700만 달러, 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영국 비트코인 가격정보업체 코인데스크의 비트코인 가격지수(BPI) 기준으로 534.7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000달러를 넘어섰던 데 비하면 몇 달 사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의 비트코인 은행 ‘플렉스코인(Flexcoin)’ 역시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도둑맞아 문을 닫았다. 해킹당한 금액은 896비트코인으로 60만 달러(약 6억4000만원)어치다. 앞서 비트코인으로만 거래되는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2’도 270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해킹당해 사이트를 폐쇄했다.

◇비트코인 관심은 여전=하락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일 하루 만에 560.30달러에서 661.12달러로 17.99%나 급등했다.

CNBC는 뉴욕 소재 비트코인 센터의 오스틴 알렉산더 부소장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안전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키프로스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4월 키프로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모든 은행의 고액 예금계좌를 최고 40%까지 강제 징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부유층들은 규제를 피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였다. 비트코인이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공급되도록 설계돼 있어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가치 절하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의 일종으로 인식한 결과다.

반정부 시위 사태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군대를 파병하기로 하면서 전운이 감돌자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2.2% 오르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도 강세를 보인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했다. 영국이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것도 호재였다. 영국은 비트코인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상품권으로 분류돼 있어 20%의 VAT가 부과됐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국세청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비트코인을 화폐로 취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독일과 캐나다 등은 이미 비트코인을 공식화폐로 인정하고 있다.

미 뉴욕주 금융감독위원회 벤자민 로스키 의장은 “현재 비트코인이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규제를 통해 보안장치를 마련하면 앞으로 5∼10년 후 엄청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했다.

◇한국의 비트코인 전망은=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 김진화 이사는 “마운트곡스의 파산은 비트코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하는 거래소의 문제”라며 올해 한국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가격도 이번주 들어 70만원 정도로 회복됐다”며 “일부에서 말하듯 비트코인이 ‘망했다’고 얘기하려면 10만원대로 하락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현재 코빗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68만7700원이다.

또 비트코인이 투자 목적이 아닌 화폐로서의 활용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 인천의 빵집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기 시작한 이후 오프라인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곳이 10곳으로 늘었다. 또 7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지하 2층의 한 카페에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도 설치될 예정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