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1980년대 아파트 한 채가 통째로… ‘아파트 인생’ 기획전 열어
입력 2014-03-07 01:36
전시장에 1980년대 아파트 한 채가 통째로 옮겨져 설치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이 6일 개막한 기획전 ‘아파트 인생’에서 1978년 지어진 서울 서초구 서초삼호아파트 111㎡(33평형) 한 세대를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15층짜리 10개동 708세대 규모로 건립된 서초삼호아파트는 각계 유명인사들이 살던 강남의 대표적인 아파트였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철거를 앞두고 지난달 입주민들이 모두 이주한 상태다.
이 가운데 전시장에 옮겨진 세대는 A씨 네 가족이 1981년부터 30년 넘게 살던 집이다. 외벽과 벽지만 새로 꾸미고 방과 거실, 부엌과 베란다는 물론이고 분양 당시 설치된 라디에이터, 붙박이 장식장, 화장실 등을 그대로 옮겨왔다. 또 뻐꾸기 벽걸이 시계, 거실에 붙인 산수화, 상장과 트로피, 각종 서적을 꽂은 책장도 가져왔다.
70대 A씨 부부는 이 아파트에 살면서 딸(42)과 아들(40)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는 등 다복한 가정을 꾸려왔다. 이번에 재개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실내장식과 가족 물품 등을 모두 박물관에 기증했다. A씨 외에도 이 아파트 주민 20여명이 갖가지 생활도구를 기증했다.
5월 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금혜원 신지선 안세권 정재호 조미영 한정선 등 현대 미술작가 17명이 ‘프로젝트 APT’이라는 타이틀로 작업한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서울의 거주형태 중 58.9%가 아파트다. 불과 30여년 만에 ‘아파트 공화국’으로 변모한 서울 시민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