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근로시간 단축… 기업 “피가 마른다”

입력 2014-03-07 01:32


노사관계 초대형 태풍 몰려온다

지난달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대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두 단체는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중복 할증할 경우 기업이 일시적으로 부담해야 할 임금이 최소 7조590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으로 매년 1조8977억원의 추가 임금 부담, 사회보험료·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 상승을 제외한 금액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큰 중소기업이 받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6일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통상임금 설명회에는 500여명 이상의 기업 관계자들이 몰렸다. 각 지방노동청이 주최하는 통상임금 설명회도 매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 중소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은 “임금협상 시기가 다가오는데 다양한 노사관계 이슈가 제기되고 있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다. 그야말로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초대형 태풍이 잇따라 몰려오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규제 강화 등 첩첩산중이다.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어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타협도 쉽지 않다.

◇살얼음판 노사관계=재계는 기업에 부담만 가중되는 방식으로 노동정책, 노사관계 입법이 이뤄진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올해 노사관계가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고 경총은 분석한다. 경총이 2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3%가 ‘지난해보다 올해 노사관계가 더 불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33.6% 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총은 불안심리의 근거로 노사관계 관련 무더기 입법을 첫 손에 꼽는다. 6일 경총 집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18개 법과 관련한 151건(중복 발의 포함)에 이른다. 고용보험법, 고용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거의 모든 노사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경총 조사에 응한 기업의 57.9%는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과제로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꼽았다.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 국제 기준에 비해 엄격한 해고 기준 등 고용 관련 법·제도에 대한 기업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통상임금 이어 근로시간 단축 ‘첩첩산중’=노사관계에서 최대 지뢰는 통상임금 확대다. 당장 엄청난 규모의 추가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경총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전체 기업이 져야 할 추가 비용을 38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여기에다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당 68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휴일근로 한도 16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휴일근로 한도 단계적 축소)으로 줄일 방침이다.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공감하지만 법제화 강행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고용은 물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에 따른 임금 증가 등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재계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최대 20시간까지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도 발등의 불이다. 급격한 고령화를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은 이제 필수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임금체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임금 감소 등을 우려한 노동계와 노조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확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은 모두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는 정책”이라며 “효과적으로 정책을 도입·운영하려면 기업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너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