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개인의 일상 염탐한 국가를 고발하다
입력 2014-03-07 01:36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루크 하딩/프롬북스
지난해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의 무차별적이고 충격적인 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1). 그는 역사상 가장 대담한 내부 고발자로 평가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에서 컴퓨터 보안 및 시스템 전문가로 일하면서 일급 기밀을 접했던 그가 빼낸 정보는 분량이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치명적이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왔던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의 기만과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는 과연 배신자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자인 저자는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마피아 국가’ 등의 저서를 펴내며 주목받았다. 가디언의 특종인 스노든의 폭로를 당시 기사화하는 데 가담하진 않았지만 특유의 글 솜씨로 폭로 전말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십대 중반 부모의 이혼 등으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스노든은 어떻게 미국 정보 당국에서 일하게 됐을까. 스노든은 16세 때 전문대학에 입학해 컴퓨터에 심취하게 된다. 인터넷 전문 웹진 ‘아스 테크니카(Ars Technica)’에서 ‘The TrueHOOHA’란 이름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기록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미국의 국가 기밀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극한 반감을 드러내는 우파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인간으로서 압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해방해야한다”며 입대를 자원하나 중도에 부상으로 귀환하게 된다.
하지만 뛰어난 컴퓨터 실력에 짧은 직업군인 이력이 합쳐지면서 2005년 메릴랜드 대학교 고등언어연구센터에 ‘보안 전문가’로 취직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 학교 캠퍼스에 있던 비밀 NSA 조직과 인연을 맺었고 2006년 중반 CIA로 자리를 옮긴 뒤 이듬해부터 스위스에서 근무를 했다. 그는 각종 보안 시스템 점검 업무를 맡으면서 어떤 요원보다 많은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 조직에 회의를 품게 된 것일까.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CIA 요원들이 비밀금융 정보를 얻기 위해 스위스 은행가를 만취하게 한 뒤 음주운전을 부추기고, 경찰에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도움을 줘서 풀려나게 한 뒤 포섭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스노든은 2009년 NSA 감찰관의 보고서를 통해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불법적인 도청 프로그램을 수행해왔고,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이를 묵인하고 있는데 분개했다.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한 스노든이 가디언 칼럼니스트 글렌 그린월드와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접근한 과정은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한다. 지난해 6월 그가 홍콩 미라 호텔에서 이들과 비밀리에 만나 인터뷰하고 가디언의 숨 가쁜 보도로 알려지기까지 그 이면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스파이 혐의로 공식 기소한 미국 정부를 피해 홍콩을 떠난 스노든은 위키리크스 어산지 등 몇몇 아군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 자리 잡았지만 ‘평범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그의 앞날은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까.
지난 2월 영국에서 책이 발간된 이후 위키리크스 등에서는 “스노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저자가 돈 벌려고 작정하고 쓴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 책은 특종 후일담에만 그치지 않고 폭로 이후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의 대응, 정부와 언론의 갈등 등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빅 브러더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은경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