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기독교 신비의 핵심으로 여겼던 몸

입력 2014-03-07 01:36


몸의 역사 1/다니엘 아라스·로이 포터·조르주 비가렐로 외/도서출판 길

살과 뼈로 이뤄진 인간의 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시대 따라 그 시선과 인식은 달랐다. 의사, 법률가, 철학자들이 일찌감치 인간의 몸에 관심을 뒀던 것과 달리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를 외면했다. 1974년 프랑스 아날학파가 인간의 ‘몸’을 역사학의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공식 채택하면서 비로소 역사학자들은 한낱 개인의 몸뚱이가 아니라 국가와 문화, 종교 차원에서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몸가짐으로 대표되는 예의에서부터 건강 위생 의학 주술 종교 예술에 이르기까지 몸을 통해 다룰 수 있는 주제는 거의 무한대로 확장됐다.

책은 조르주 비가렐로 파리 5대학 교수 등 8명의 저자가 ‘몸의 역사’ 연구를 집대성해 2005년 프랑스에서 발표한 의미 있는 저작이다. ‘르네상스부터 계몽주의 시대까지’라는 부제가 달린 1권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2권 ‘프랑스혁명부터 세계대전까지’, 3권 ‘20세기 시선의 변화’가 연달아 나올 예정이다.

르네상스 이전 서양인들은 인간의 몸을 기독교 신비의 핵심으로 여겼다.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믿고 예배했던 사람들에게 몸은 성스러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타락한 인간, 죄인의 몸은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당시 사람들은 몸이 행성의 영향을 받거나, 부적이나 값진 물건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운 힘을 받는 등 몸이 모든 것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몸이 그 자체로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다며 몸을 개별화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는 과거 옷 속에 가려져 있던 몸의 윤곽을 돋보이게 그려 ‘몸의 발명’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책은 당시 화가들이 남긴 그림, 각종 문헌 자료 등을 통해 ‘근대의 몸’이 출현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몸과 교회, 몸의 공통 관례, 앙시앵레짐 시대 유럽인들의 몸과 성욕, 왕의 몸, 해부술과 해부학 등 몸의 이야기를 통해 읽는 서양 역사다. 주명철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