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든 박근혜 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서 “한국교회, 사회곳곳서 나침반 역할”

입력 2014-03-06 14:41


“주님, 나라와 민족을 가슴에 품고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공의를 세우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교계 지도자, 안내 봉사자까지 한 마음으로 간구했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회장 김명규 장로)의 분위기가 절정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행사장은 시종 은혜의 열기로 가득했다. 3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연한 녹색 반코트를 입은 박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기도회장에 입장했다. 대통령의 손에는 검은색 표지의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황우여 국회조찬기도회장이 “오늘 이 아침에 국가조찬기도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올린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갑시다’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김 목사가 “기독교가 가는 곳이면 어느 나라, 어느 가정, 어떤 사람이든지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어느 분야든지 생명의 풍성한 봄이 온다”고 선포하자, 참석자들은 “아멘”으로 말씀의 의미를 새겼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30여개국에서 온 교회지도자 200여명도 46회째를 맞은 대한민국의 국가조찬기도회에 놀라움을 표하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이 땅에 소망의 빛을 비추어 왔다”며 “지역과 계층, 세대를 넘어 어두운 곳에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기도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주문했다.

특별 기도를 맡은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사랑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기도했다. 또 채의숭 대의그룹 회장은 “경제 활성화를 이룩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박삼득 국방대학교 총장은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복음이 북한 전 지역에 전파되어 저들의 도발 의지를 포기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때 박 대통령은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하늘의 별 울려퍼지는 뇌성/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박 대통령도, 여·야 의원도, 외국인과 장애인, 탈북민들도 모두 목소리를 높여 하나님을 찬양했다. 무거웠던 장내 분위기가 순간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한 마음으로 또 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행사장에 가득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이광희(71·서울 성복교회) 장로는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고 교회도 있다.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차 안내 봉사를 한 박승혁(39·새에덴교회 교구담당) 목사는 “7년째 하는 작은 섬김이지만 보람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얼마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는지 잘 보여주는 의미 있는 기도회였다”고 말했다.

이날 식전 행사로 최슬기 아나운서의 사회로 엔젤스합창단, 지경, 유엔젤보이스, 조용갑, 송정미와 소올싱어즈 등이 출연한 공연이 있었다. 류제영 선교사는 31년 동안 탄자니아에서 86개 교회와 1만여명을 전도한 열매로, 오동찬 집사는 소록도 등에서 20년 동안 의료선교 활동을 펼친 공로로 각각 선교대상을 받았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