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사각지대’ 자살 속출… 기초생활수급 자격 못 얻은 40대 극단 선택
입력 2014-03-06 04:21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남성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한 건 ‘부양의무제’ 때문이었다.
5일 낮 12시10분쯤 울산시 북구 신천동 주택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윤모(4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홀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살아온 윤씨는 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생활고를 겪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해 일을 못했고 월 20만원인 집세도 밀렸다.
이에 윤씨는 지난 1월 주민센터에 찾아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오래전 헤어진 아버지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초수급자가 아닌 차상위계층으로 지정됐다. 차상위계층에는 매월 고정 급여가 나오지 않아 생활고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씨가 생활고의 출구를 찾지 못해 결국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도 4일 생활고를 비관한 A씨(35·여)가 아들(7) 딸(2)과 함께 집 안방에서 연탄가스에 질식한 상태로 발견됐다. 아들은 숨졌고 A씨와 딸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방에서는 ‘못 살겠다. 화장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었으며 투자 실패로 빚을 떠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송파구 ‘세 모녀 동반자살’을 계기로 복지 체계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사회안전망 ‘제도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세 모녀의 소득, 두 딸의 신용카드 채무, 건강상태, 월세 보증금을 토대로 주민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이들이 지원 불가 대상자로 확인될 경우 이유를 파악하는 등 세 모녀의 사망 전 모든 과정을 되밟아 제도 허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도는 ‘복지사각지대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통장·이장·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무한돌보미를 2만5000명으로 확대하고, 우체국 집배원, 전기·도시가스 검침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전기요금 체납자 등 잠재적 수급 대상자를 제보하는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리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