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빈곤정책]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들어 연락 끊긴 지 오래됐는데…”
입력 2014-03-06 04:16
가족관계 단절 증명 복잡하고 시간 많이 걸려… 판단 경계도 애매
“지원금 받자고 아들, 딸한테 소명서 써달라 하기 쉽지 않아” 하소연
실제로 생활비를 주지 않는 자녀·부모·배우자 때문에 정부 도움을 거절당하지 않을 길이 있긴 하다. 부양의무자와 가족관계가 끊긴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하지만 이걸 확인하는 건 신청자나 일선 공무원 모두에게 괴로운 과정이다. 시간과 품이 여간 많이 들지 않는 데다 단절을 판단하는 경계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일선 구청에는 사실관계를 전담해 확인하는 통합조사팀이 있다. 1차적인 자료는 주소와 주민등록 등·초본, 통장 거래내역, 통화기록 등이다. 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안내’ 지침에 따라 신청인과 부양의무자가 함께 거주한 기록이 있는지, 떨어져 살았다면 얼마나 오래 별거했는지, 최근 통화했거나 돈을 주고받은 흔적은 없는지 따진다. 건강보험 납부내역(피부양자 등록 상황), 출입국 기록, 국세청 연말정산까지 조회하는 일도 있다.
이걸 다 따져본다고 해도 가족관계의 단절 여부를 명확히 아는 건 쉽지 않다. 서울 한 구청의 담당자는 “기록을 살피고 집에 직접 찾아가 본다고 해도 양측이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모호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양비를 내지 않는 자녀에게 가족관계가 단절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소명서를 받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연락 끊긴 자녀에게 “나와 인연 끊었다고 서류 써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아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많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양은 못 받더라도 가끔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화통화는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며 “지원금 받자고 어떻게 아들딸한테 소명서 써 달라 하냐고 어르신들이 종종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